가족문제 치유하기

가족문제 치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제공합니다.

가족문제 치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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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보호자들이 전문치료기관과 연계가 되었으니 이제는 한숨 돌리고 자신들은 물러나 엉망진창이 된 가정을 복구하는 일에만 집중하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중독치료의 경우에는 그 대상이 도박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보호자가 치료에 포함되는 것이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도박중독의 치료는 매우 복잡하고 정밀함을 요하는 작업이며 전문기관의 치료자라고 하더라도 도박자를 만나는 시간은 겨우 일주일에 한 시간 남짓입니다.
나머지 6일하고 23시간은 치료자의 시야 밖에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준 치료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치료자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리고 개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박중독에 대한 상세한 지식으로 무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박자와 함께 전문기관에 나와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둘째, 보호자가 준 치료자로서 기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보호자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는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도박자가 한 도박 행동의 부정적 결과를 당하는 또 한 사람의 피해자이므로 우울, 불안, 분노, 배신감, 수치심, 두려움 등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많으며 정도가 심해 때로는 병리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치료 초반에는 도박 문제 해결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 있어 대체로 보호자 자신의 문제를 별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치료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는 중반부에 이르게 되면 도박 문제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로 큰 괴로움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도 상황에 따라, 평가 결과에 따라 치료 초반에도 개별적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부 치료나 가족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도박중독치료는 어찌 보면 도박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보호자의 정신 건강을 챙기고 더 나아가서 가족 전체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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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초기에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죠. 단도박만 가능하면 그동안 도박자가 가족들 뒤통수를 쳤던 것, 거짓말 했던 것,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실망을 줬던 일 모두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쨌거나 자신의 도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이번에는 확실히 도박을 끊어보겠다고 결심한 도박자는 나름 열심히 노력합니다.

상담도 열심히 받고, 단도박 모임도 빠짐없이 나가고, 일도 열심히 하고, 학교도 성실히 다니고, 집에서도 그동안 가족들에게 상처준 것을 보상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미흡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치유 초기에 도박자는 도박 생각과 충동과 맞서 싸우는 것만 해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도박으로 돈을 딸 것 같은 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한번만 크게 따서 조금만이라도 힘들이지 않고 복구하고픈 유혹과도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환경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도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기도 하고 도박 관련 스팸 문자도 쉴 새 없이 날아드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박에 손을 대고픈 충동을 억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도박 충동과 싸우는 도박자의 노력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생활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도박을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도박자의 행동만 믿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도박 충동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한지 가족들이 알아차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대부분 빚을 갚기 위한 도박자의 계획과 노력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얼마나 진척이 되었는지, 등,하교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지, 용돈을 사용하는데 있어 현금 출납부를 얼마나 꼼꼼하게 기록하는지 등을 보고 도박자의 치유 노력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물론 치유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원하는 눈에 띄는 행동 변화도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치유 초기에는 도박자가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잘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만 해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도박자와 가족이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의 차이와 갈등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은 이런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도박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면 상담자나 치료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치유 초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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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들이 열심히 도박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치유의 열쇠는 결국 도박자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자가 치유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인식이 없는 도박자를 가족들이 어떻게 설득하는 가입니다.
도박자는 도박중독이 병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해도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건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도박자를 설득할 때 중독, 정신병, 병원, 치료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거부감만 일어나게 되죠. 이보다는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도박중독보다는 도박문제, 치료보다는 상담과 같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도박자를 설득하는 이유가 도박자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지 도박중독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자가 전문기관을 방문하는 걸 극구 꺼리는 경우에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위해 일단 평가만이라도 받아보자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도박중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도박자라도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 정도는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선택은 도박자의 몫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하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거부하든 간에 모든 결정은 도박자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도박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이든 간에 치유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입니다.

또한 도박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을 탓하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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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족은 도박자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고 있다가 또 도박으로 고통을 겪는 경험을 반복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하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또 도박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있고, 작은 조짐에도 소스라치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도박자가 도박하고 싶은 욕구와 충동을 다스려 나가는 것처럼 가족은 도박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도박을 중단하는 것은 도박자 외에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가족은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족이 도박자에게 가장 큰 회복의 자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이 도박자의 재발에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으로서 도박자의 회복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가족이 먼저 중독을 이해하여 바로서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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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겉모습만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것처럼 도박중독으로부터의 회복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살던 도박자들이 가족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부서진 대인관계를 복구하려 애쓰고, 뒤쳐진 공부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등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고 일상을 균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건 회복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